미국 테크 산업에서 구조조정의 바람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2025년에도 빅테크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이번 주만 무려 9,000명의 직원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직원 수의 약 4% 규모로, 판매 부문과 엑스박스 게임 사업 부문이 주요 대상이다.
전기차 기업 리비안(RIVN) 역시 약 1년만에 감원 리스트에 재편입되며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해당 기업은 제조 부문에서 약 140명을 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치는 새로 출시할 전기 SUV 모델 'R2'의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기반 인사 스타트업 리트레인.ai 또한 기술 매각을 추진하면서 2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클루는 조직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전체 인력의 약 40%를 정리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국 내 고용 시장에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9만5,000여 명이 직장을 잃었고, 2023년에는 이 수치가 19만1,000명을 넘겼다. 2022년에도 약 9만3,000명이 감원 대상이 된 바 있다. 2025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 1주일 사이에만 약 9,200명이 추가로 해고 선언이나 감원을 경험했다.
기업별로 보면, 인텔(INTC)은 지난해 1만5,062명의 직원을 감원해 단일 기업 최대 감원 규모를 기록했고, 테슬라(TSLA)는 1만4,500명, 시스코(CSCO)는 1만15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거대 기업뿐 아니라 벤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도 자금 유동성 문제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채용을 확대했던 기업들이 매출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면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정리해고에 나선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2021년 고점에서 벤처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은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담을 계속해서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추가 감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해고가 지속되면서 미국 테크 노동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 구조조정은 단기 수치 이상의 파급력을 지닌다. 일례로 평가절하에 직면한 스타트업들의 경우 현금 흐름 유지를 위해 잇따른 감원에 나설 수 있고, 이로 인해 전체 산업의 인재 생태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향후 벤처 투자 환경이 호전되거나 시장에 IPO 등 유동성 이벤트가 재개되어야 정리해고의 악순환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실리 확보를 위한 감원 소식이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