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위탁 반도체 제조기업 대만반도체제조(TSMC)가 인공지능(AI) 칩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다만 6월 매출은 전달보다 줄면서 성장률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렸다.
TSMC는 6월 매출이 NT$2,637억(약 9조 2,20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27% 늘었지만, 5월에 비해서는 18% 가까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올해 1~6월 누적 매출은 NT$1조 7,700억(약 61조 500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보다 40% 늘어나 AI 열풍이 기업 실적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이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뉴욕증시 상장 TSMC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1% 이상 상승하며, 연초 대비 17%의 누적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TSMC는 AI 반도체 분야의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NVDA)의 주요 생산 파트너로, 엔비디아가 일시적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760조 원)를 넘기며 주목받은 것도 TSMC에 우호적인 수급 환경을 형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TSMC는 최근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3월에는 C.C. 웨이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1,000억 달러(약 14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 내 제조기반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웨이 CEO는 6월 주총 당시에도 자사 제품이 미국 관세 영향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관세는 수입을 담당하는 미국 기업들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AI 수요 역시 지속 상승세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올해 매출과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번 TSMC의 연간 실적 가이던스 및 행보는 글로벌 AI 시장의 성장성과 함께 재정립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 기술에 대한 강한 수요가 주요 칩 제조사를 실질적인 시장 수혜자로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또한 제조 능력 분산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