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반도체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첨단장비센터를 새롭게 열면서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 인프라가 한층 강화됐다. 이 센터는 설계부터 제작, 시뮬레이션과 평가까지 반도체 개발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연구 환경을 갖췄다.
KAIST 반도체공학대학원은 2025년 9월 8일, 대전 본원의 전기·전자공학부 건물(E3-2)에서 첨단장비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이광형 KAIST 총장, 이장우 대전시장, 소경신 시높시스코리아 대표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역 기반의 반도체 제2 도약을 위한 구체적 행보를 알렸다. 이번 장비센터는 단순한 실험실의 수준을 넘어, 반도체 소재와 패키징, 소자 설계 등 다양한 과정을 포괄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특히 이 센터는 지역 기업과의 협력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KAIST 소속 학생과 교수진뿐만 아니라, 대전지역의 중소기업과 연구기관도 공동 활용이 가능해 산학연 협력의 실질적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지역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높시스코리아는 이번 센터 개소에 맞춰 반도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TCAD(Technology Computer-Aided Design) 라이선스를 KAIST에 기부했다. TCAD는 반도체 공정과 소자 개발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로, 이를 통해 KAIST는 학생들에게 실무 기반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첨단 설계 경험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중장기적으로는 고급 인재양성에도 집중한다. 2028년까지 국비 150억 원, 대전시 예산 49억 원 등 총 215억 원이 투입돼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신소재공학과, 기계공학과 등 5개 학과 34명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양성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목표는 석박사급 전문인력 225명 이상을 양성하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공학대학원에는 123명이 재학 중이며, 20여 개 기업들과 협업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단기적인 연구 활성화에 머무르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지역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 마련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대전이 반도체 인재와 연구 집적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KAIST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