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율 마진 거래가 최근 비트코인의 급락세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트코인 대출 서비스의 성장도 원인으로 뽑혔다.
CNBC는 2021년 5월 25일(현지시간) 가격이 내려가면 무조건 청산이 되는 마진 상품의 남용이 지난 암호화폐 대폭락 장의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급증하는 비트코인 대출 시장도 변동성에 한 몫을 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마진상품은 거래소 등에서 돈을 빌려 암호화폐 상승 또는 하락에 베팅해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는 거래 방식이다. 증거금(원금) 100만 원에 100배 레버리지로 암호화폐 상승에 베팅했을 경우 100만 원으로 1억 원어치의 암호화폐 구매가 가능하다. 이 경우 해당 암호화폐가 1%만 상승해도 수수료 제외 1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위 예시에서 가격이 하락할 경우 거래소에서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 입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하게 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암호화폐를 강제로 매각하는 '청산'이 발생하게 된다. 마진거래에서는 소위 '존버(암호화폐 가치 하락 시 팔지 않고 버티는 투자 전략)'가 불가능하다.
매체는 암호화폐 선물거래 플랫폼 바이비트(bybt.com)를 인용해 지난주에만 120억 달러(약 13조 원)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80만 개의 마진 계정이 청산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언 켈리(Brian Kelly) BKCM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달리 아시아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최근 100대 1 레버리지 거래를 허용하며 고배율 마진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의 경우에는 암호화폐 마진 거래가 불가능하며,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전문 투자자에게만 마진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그는 "마진거래 투자자들의 청산 가격은 대체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가격 하락에 따라 연이어 청산이 발생하면서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데빈 라이언(Devin Ryan) JMP 분석가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마진상품의 활용은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돋보이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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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대출 서비스, 하락장에 한몫
매체는 비트코인 대출 시장의 성장도 이번 대 하락장의 원인으로 뽑았다. 현재 다수의 암호화폐 업체들이 6~8%의 이율로 비트코인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켈리 CEO는 "담보로 잡힌 비트코인의 가치가 일정 수준으로 하락하면 해당 업체들은 자동으로 비트코인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보낸다"며 "이때 비트코인 매각의 캐스케이드 효과(cascade effect: 특정 현상이 연달아 일어나며 커지는 것)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시장 불안정, 규제 도입 부르나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에 의해 규제되지 않는 것은 투자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폭락장에서 보여준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각종 불법 행위는 규제당국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도입을 서두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 국세청(IRS)는 미국 사법부와 공동으로 자금세탁 및 탈세의 온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를 지목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5월 20일 "암호화폐 시장 내 불법 활동을 공격적인 규제 집행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데빈 라이언 분석가는 "암호화폐 규제 도입은 시장에 대한 검증으로 볼 수 있고 디지털 자산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다른 자산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변동성은 필히 동반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규제 강화가 불가피한 방향으로 흐르는 가운데, 시장을 옥죄는 규제가 아닌 제도권 편입을 돕고 성숙한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규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