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인공지능(AI)이 실질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메타(META)의 클라라 시(Clara Shih) 비즈니스 AI 총괄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운용 전략이 빠진 채 AI 기술만 강조된다면, 조직은 오히려 비효율과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라 불리는 구조적 통합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작동해야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조직의 기존 인력, 정책,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며,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이는 단순히 AI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운영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CRM에서 고객 데이터를 가져오고,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직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며, ERP 시스템에서 관련 프로세스를 트리거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이 모든 일을 아무런 연결 없이 수작업으로 한다면, 유기적인 업무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오류 가능성도 커진다. 오케스트레이션은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해 AI가 자연스럽게 기업의 워크플로우에 침투하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사용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도 필수 역할을 한다. 기업은 단지 강력한 AI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필요 시점에 적절한 장소에서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Slack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SFT) 등 일상적으로 쓰이는 협업 도구 안에서 AI 기능이 즉시 제공될 수 있도록 구성된 에이전트 플랫폼이 바로 그런 예다. 직원들은 질문만 던지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연동돼 문제를 해결한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레이션은 AI 활용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이다. LLM(대형 언어모델)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나 보안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특정 액션 수행 전 반드시 사람의 확인을 받도록 설정하는 등, 세심한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이처럼 사람과 AI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까지의 AI 담론은 얼마나 뛰어난 모델을 보유했는가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경쟁력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똑똑한 AI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똑똑하게 AI를 쓰는 기업이 결국 시장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AI가 조직 전체에 걸쳐 시너지를 내도록 돕는 이 숨은 기술이야말로, 현시점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결정적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