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에이전틱 AI(agentic AI)’에 대한 장기 전략을 본격화하며 디지털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열린 IBM 씽크(Think) 2025 행사에서 기업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전반에 걸쳐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연결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개방형 AI 에이전트 전략을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에이전틱 AI는 고도화된 추론 능력과 협업, 자율적 실행 가능성을 지닌 AI 에이전트들이 기업 내 다양한 작업을 유기적으로 분담·수행하는 개념이다. IBM은 이를 기존의 단발성 자동화에서 벗어난 *조직 전체의 디지털 노동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스콧 헵너(Scott Hebner) theCUBE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IBM은 과거 전자상거래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 개방성으로 성공한 전략을 이번에도 반복하며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용 AI 환경이 복잡성과 대규모 확장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IBM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토대로 워슨X 오케스트레이트(watsonx Orchestrate) 플랫폼은 프레임워크와 벤더에 관계없이 모든 AI 에이전트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 IBM 소프트웨어 부문 총괄 로브 토머스(Rob Thomas)는 “앞으로 3년 내 10억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가 생성될 것”이라며 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플랫폼의 중심에는 의미 기반 제어 구조(semantic control plane)가 존재한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작업으로 분해한 뒤 적절한 디지털 워커에 할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SaaS,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환경을 아우르는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은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고 오케스트레이션 수준의 협업이 가능하다.
이번 전략의 또 다른 특징은 에이전트의 조립식 구성(composability)을 강조한 것이다. IBM은 기존 애플리케이션 통합 경험을 바탕으로, 80개 이상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과 사전 구축된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들을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를 내놓았다. 아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CEO는 “고객이 있는 그 위치에서 출발해 AI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IBM은 새로운 파트너 프로그램 ‘에이전트 커넥트(Agent Connect)’를 통해 SaaS 벤더, 시스템 통합기업, 개발자들이 watsonx 생태계에 에이전트를 기여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IBM은 단일 아키텍처 강제 대신 다양한 기술 스택을 허용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IBM이 이러한 전략에 공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운영비의 60% 이상이 인건비에 집중되는 현실에서 디지털 노동의 효율화는 단순한 IT 혁신을 넘어 실질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콧 헵너는 “IBM의 접근법은 단순한 기술 성능이 아닌 비즈니스 구조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다중 에이전트 운영 및 통합 분야에서 IBM은 강점을 보이지만, 고급 추론과 의사결정 지능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SAS 등 경쟁사들의 causal AI나 지식 그래프 통합 전략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헵너는 “IBM은 전체 스택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기반 기술을 만들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의 플랫폼 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AI 에이전트가 예외적 기술이 아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IBM의 개방형 플랫폼 전략은 산업 전반의 단절과 기술 부채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산업의 결정적 전환기에 IBM이 과거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얼만큼 빠르게 고도화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