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22일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기본법’의 하위 법령을 이달 중 공개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준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영향 인공지능(AI)의 기준과 기업에 부과되는 책임 범위가 정확히 어떻게 규정될지가 큰 관심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제명 제2차관은 8일 국회에서 열린 ‘AI법제연구포럼’ 세미나에서 시행령과 고시, 가이드라인 등의 법령 초안이 대부분 완성됐으며, 조만간 공개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마련되는 하위 법령은 총 6가지로 구성되며, 이는 고영향 AI의 판단 기준, 사업자의 법적 책임, AI 안전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 그리고 기본권에 대한 영향 평가 절차 등을 아우른다.
AI 기본법은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국가 차원에서 그 사용을 규율하고자 제정된 최초의 기본 법률이다. 특히 사람의 생명·안전, 권리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영향 AI’에 대해서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기술 남용이나 사회적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시스템 설계부터 콘텐츠 생성 단계까지 법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하위 법령 공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코리아의 박선민 상무는 "업체들이 법 준수를 위해 시스템을 새로 설계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특히 글로벌 IT기업의 경우 준비에 최소 1년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영향 AI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거나, 개발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책임 분담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러한 혼선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 김경만 정책관은 "이번 법은 처음 만들어지는 법이고, 처음부터 완벽하길 기대할 순 없다"면서도, 시행령과 고시 등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명확히 밝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태료 부과나 규제 적용 시점 등을 놓고는 규제를 유예하자는 업계 요구와 법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 사이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제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이번 정부 조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기술 규범 정립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하위 법령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불명확하다면 산업계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입법과정에서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논의는 향후 인공지능 관련 제도화를 준비 중인 다른 나라에도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