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술인 단체들이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법적으로 면책하는 규정 도입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저작물의 활용 문제가 부각되자, 창작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새로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범창작자정책협의체’는 9월 1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조항 신설 움직임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협의체는 음악, 영상, 미술, 사진, 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권리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11일에는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TDM은 인공지능이 대량의 온라인 콘텐츠를 자동으로 모아 핵심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로, AI 기업들은 이 기술을 통해 모델 성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사용하는데, 현행 저작권법상 이러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일부 AI 기업들은 TDM에 한해 저작권 책임을 면제해주는 법적 근거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권리자 단체들은 TDM 면책이 현실화될 경우, 창작자의 동의 없이 콘텐츠가 무단 활용되어 경제적 피해는 물론 창작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협의체는 “AI 기업과 권리자 사이에 자율적이고 공정한 계약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과금 구조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제안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수익에 비례한 사용료를 매기되, 일정 수준 이상의 최소 보상 기준도 명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협의체는 공동 연구를 통한 가격 모델 도출과 함께, 권리자의 저작물을 AI 개발자들이 쉽게 확인하고 이용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의 갈등은 단순한 법조항 논쟁을 넘어, 기술 발전과 문화 생태계 보호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국회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관련 논의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창작자와 기술 기업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