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예금뿐 아니라 미술품, 부동산까지 금융자산을 암호화폐처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자산의 토큰화는 효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전환점이다"라고 밝혔다. '토큰화'란 말 그대로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 위에 올려 전자증서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블록체인 기반에서 움직이는 구조로, 이를 통해 예전보다 더 투명하고 자동화된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 실물자산 기반 토큰 거래액이 199억 2천만 달러(약 28조 원)를 넘었다. 이때 거래된 토큰 자산은 채권, 기업어음, 머니마켓펀드(MMF), 리츠, 예술품, 금속 등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산들이었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토큰이 미술품이나 음원 등 이색 자산 투자에만 활용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기존 금융 상품들도 얼마든지 토큰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펀드나 예금도 암호화폐처럼 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토큰화된 자산은 자동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 계약 기능을 갖추고 있고,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제3의 중개기관 없이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수수료 부담도 적고 거래 속도도 빨라져 '무수수료 금융'에 가까운 효율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자산을 토큰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제 자산 가치와 토큰 간의 오차나 리스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기 구조가 다르다거나,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시장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위험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토큰화가 가져올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금융권 전반에 필요한 전략"이라며, 비금융 기업들도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은 법적으로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구조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그러나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앞으로 암호화폐처럼 법적인 장치 위에서 실물자산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기술 혁신 차원을 넘어, 기존 금융 시스템 판도를 바꾸는 큰 흐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