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자문위원에 따르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만으로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급부상을 견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유럽이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유로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CB 자문위원 위르겐 샤프(Jürgen Schaaf)는 최근 유럽중앙은행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소개했다. 그는 규제를 준수한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대, 분산원장기술(DLT)의 응용, 그리고 디지털 유로의 지속적 개발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샤프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GENIUS Act’와 유럽연합의 ‘MiCA(암호자산시장 규제)’ 사이의 규제 격차를 들어, 국제적 규제 정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샤프는 유로화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높은 기준과 효과적인 리스크 완화 시스템을 갖춘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정당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유로의 국제적 영향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공공 기관의 중립성은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영역에서의 전략적 무관심은 막대한 대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채택 속도는 더디다. ECB 전직 관계자이자 이탈리아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는 지난 5월, MiCA 규제안에도 불구하고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유통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디지털 유로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샤프는 디지털 유로를 유럽의 디지털 통화 전략 중 일부로 설명하며, 공공의 CBDC와 민간 기술혁신 및 DLT 활용이 상호보완적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제 접점(Point-of-interaction)에서 디지털 유로는 유럽 통화 주권을 수호하는 견고한 방어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디지털 유로의 기술 구현 방안보다 분산원장기술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DLT가 국내 도매 결제와 국경간 지급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 달러화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