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에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23일 국내 주식과 원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적인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9.64포인트(0.98%) 내린 2,992.20으로 출발했다.
장 초반 2,970대까지 떨어졌으나, 점차 낙폭을 줄여 현재 3,000선 부근에서 거래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천215억원, 5천246억원 순매도하고 있고, 개인은 8천786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장보다 9.4원 오른 1,375.0원으로 출발했다.
환율은 이날 오름폭을 키워 오전 10시 29분에는 20원 가까이 뛴 1,385.2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엔 미국의 중동개입 유보 기대에 주간거래에서 14.6원 내렸다.
국제유가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전장보다 2%가량 오른 배럴당 75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 중에는 전장 대비 6% 넘게 뛴 배럴당 78.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이날 1㎏짜리 금 현물은 1g당 1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보다 약 1.5% 올랐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오르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충격이 이미 전날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 1억4천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전날에는 1억3천712만7천까지 내렸다.
이더리움도 전날 295만6천원까지 내렸으나, 이날은 소폭 상승한 31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심 핵 시설 세 곳을 전격 공습함으로써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향후 2주 이내에 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협상 시한을 제시했으나, 이틀 만에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의회가 맞불로 주요 원유와 가스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시장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이란 보복 수위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1∼2주는 중동 정세 추가 악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중동 지역 내 미국 기지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 봉쇄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단숨에 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동지역 불안이 장기화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심리 영향에 다시 1,400원을 웃돌 수 있고, 국내 주식시장 역시 6월 이후 상승 폭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차익실현 매물 증가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날 미국 공습의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는 등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금일 국제유가가 2∼3%대 상승 출발하는 등 국제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국제에너지 가격 및 수급 상황을 밀착 점검·대응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한 만큼, 범정부 석유 시장 점검단을 중심으로 유가 상승에 편승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금융시장이 주요국보다 먼저 개장하는 점을 고려해 시장 동향을 밀착 점검하고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날 경우 관계기관과 협업해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