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에 이어 리플(XRP)의 ETF가 상장 소식을 타면서 기대감이 커졌지만, 정작 XRP 시세는 그 반대 흐름을 택했다. 지난주 27% 이상 급등하며 7월 14일 한때 3달러(약 4,170원)를 돌파했던 XRP는 이내 하락세로 전환하며 2.86달러(약 3,975원)선으로 밀려나 시장 참가자들의 혼란을 불러왔다.
XRP는 현재 주요 저항선인 3~3.02달러(약 4,170만 ~ 4,200만 원)를 돌파하지 못한 채 오히려 조정에 직면했다. 거래량과 미결제약정 규모가 반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기술적 반등을 유도했지만, 그만큼 차익 실현 매물도 쏟아지며 상승 랠리는 일단락됐다. 주요 지지선은 2.60~2.80달러(약 3,615만~3,885만 원)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베테랑 트레이더 피터 브란트는 XRP가 향후 60% 이상 오르며 4.47달러(약 6,220만 원)까지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고, 애널리스트 알리 마르티네즈 역시 주간 종가 기준으로 3달러 상회를 달성할 경우 4.80달러(약 6,670만 원) 이상까지의 확장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의 가격 억제 전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블랙스완 캐피털리스트의 공동 창립자 베르산 알자라(Versan Aljarrah)는 “XRP가 글로벌 송금 시스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일부 세력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3달러 아래로 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XRP는 리플사 기술을 활용해 국제 결제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거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자라는 이러한 구조적 이해관계가 XRP 가격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가격 억제’ 의혹은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다. XRP 고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리플사의 매달 에스크로 해제, ▲알고리즘 기반 단타 매매, ▲지속적인 규제 리스크 부각 등이 장기간 XRP의 적정 가치 발견을 방해해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바닥에서의 고래 투자자 매집 움직임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보유량 100만 XRP 이상 지갑은 2,743개로 증가했으며, 이들이 합산 보유 중인 XRP는 470억 개에 달한다. 시장 하락기에도 이들이 지속적인 매수를 보인 점은 장기적 신뢰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최근 XRP의 내재 변동성은 96%까지 치솟았다. 이는 향후 일주일 간 약 13% 범위 내 가격 등락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시장에 따라 2.60달러 지지선까지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반대로 강한 거래량으로 3달러 저항선을 돌파할 경우 4~6달러(약 5,560만~8,340만 원) 범위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XRP가 ETF 출시에 힘입어 상승 전환의 분기점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또다시 저항선에 밀려 머뭇거릴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고래 매집 강도와 기관 중심의 거래 흐름을 감안할 때 향후 몇 주가 XRP의 중장기 방향성에 결정적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에 대비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