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12만 6,000달러(약 1억 7,514만 원)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암호화폐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에 휘청였다. 지난 금요일, 시장은 단 하루 만에 약 190억 달러(약 26조 4,100억 원) 규모의 강제 청산 사태를 겪으며 역대 최대 규모의 폭락을 기록했다. 2022년 FTX 붕괴 당시를 능가한 손실로, 시장이 규모 면에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 급락의 불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발언에서 시작됐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의 수출 규제를 잘못 해석해 추가 관세를 시사했으며, 이로 인해 위험 자산 전반이 급락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단기 급락으로 인해 일부 거래소에서는 토큰 가격이 0으로 표기되는 기술적 오류가 발생했고 다수의 투자자들이 수년간의 수익을 순식간에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또다시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언급됐다. 바이낸스는 즉각적으로 피해 구제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총 4억 달러(약 5,560억 원) 규모로 책정된 이번 조치는, 3억 달러(약 4,170억 원) 상당의 토큰 바우처와 1억 달러(약 1,390억 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 기금으로 구성돼 있다. 바우처는 10월 10일 금요일 0시(UTC 기준)부터 토요일 23시 59분 사이에 파생상품 또는 마진 거래에서 청산 피해를 입은 사용자들에게 지급된다.
단, 바이낸스는 이번 조치가 이용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며, 거래소는 여전히 법적 배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이어진다. 거래소 인터페이스 버그와 시스템 오류로 인해 포지션을 제때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시장 혼란 도중 에테나(ENA)의 스테이블코인인 USDe가 일시적으로 페깅을 잃었다는 점도 바 이낸스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거래소와 연관된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이 유출돼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서 시작된 암호자산 시장의 민감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시에 거래소의 대응 능력, 리스크 관리 시스템,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을 일깨운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