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규제 대응’을 넘어 내부통제 체계를 실질 운영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당국 전면 점검이 예고되면서 형식적 요건 충족에서 벗어나 리스크 관리 역량 자체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금융당국 점검 본격화…거래소 내부통제 전면 재정비
업비트(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스트리미) 등 5대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AML), 준법감시, 시장감시, 정보보호 분야 인력을 확대하며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초 발생한 빗썸의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가 전 거래소 대상 내부통제 점검에 착수하면서 촉발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자율 점검을 진행한 뒤, 금융감독원의 현장 점검까지 이어가는 ‘이중 점검’ 체계를 추진 중이다. 주요 점검 대상은 장부와 실제 보유 자산 간 검증 시스템, 다중 승인 절차, 인적 오류 통제 체계 등이다.
“형식 아닌 실행”…AI 기반 리스크 통제 확대
거래소들은 단순 규정 정비를 넘어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업비트는 AI 기반 부정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지난해에만 1200억 원 이상의 범죄를 차단했다. 빗썸은 AI 보안위협탐지 시스템을 도입했고, 코인원·코빗·고팍스 역시 자체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공시 자료에서도 내부회계관리 강화, AML 고도화, 이상거래 차단, 고객자산 분리 보관, 보험 확대 가입 등 개선 노력이 확인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거래소별 대응 속도와 체계 완성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5분 내 잔액 대사 등 ‘2단계 규제’ 예고
금융당국은 향후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통해 보다 강도 높은 통제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다. 핵심은 ‘5분 이내 잔액 대사’, 대규모 불일치 시 거래 차단,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 위험관리책임자 선임 의무화 등이다.
기존 점검에서는 일 단위 잔액 대사, 자동 검증 미흡, 수기 거래 통제 부족, 위험관리 조직 부재 등이 주요 취약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준법감시인의 반기 점검 및 이사회 보고, 외부 감사 강화 등도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한편 은행권 역시 거래소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관계 유지 속 통제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번 내부통제 고도화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신뢰 회복을 위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결국 시장 경쟁력은 ‘얼마나 정교하게 리스크를 통제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