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바뀌면서, 앞으로 상장사들은 새 회계기준이 실제 실적과 재무지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미리 투자자와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 회계기준 변화가 영업이익이나 현금흐름처럼 투자 판단에 직접 쓰이는 숫자의 의미를 바꿀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기업 공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기준 제시에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4월 14일 기업회계기준서(K-IFRS) 제1118호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 제정안과 관련한 사전 주석공시 모범사례를 공개했다. 이 기준은 지난해 12월 제정·공표됐으며, 기업은 새 기준을 도입하기 전에 기존 회계정책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 차이가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사전에 공시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같은 실적을 내더라도 회계 분류 방식이 달라지면 보이는 숫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배경과 변동 내용을 먼저 설명하라는 취지다.
핵심은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의 표시 방식 변화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손익의 범주를 새 기준에 맞게 다시 나누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재 기업들이 익숙하게 써온 영업손익과 새 기준상 영업손익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두 기준의 차이를 주석으로 설명하고, 손익 분류 변경으로 영업손익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그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현금흐름표 역시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 수치가 달라질 수 있어, 변동 내역과 배경을 함께 적도록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항목은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MPM) 공시다. 이는 회사가 법정 회계지표 외에 별도로 활용하는 성과 판단 기준을 뜻하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어떤 숫자를 실제 경영 성과로 보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감원은 기업들이 MPM의 정의와 공시 요구사항을 명확히 안내해야 하며, 아직 해당 지표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검토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설명하도록 했다. 기업이 자의적으로 유리한 지표만 내세운다는 우려를 줄이고, 시장이 같은 기준으로 회사를 비교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금감원은 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이번 모범사례를 안내하고, 홍보와 교육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새 회계기준은 단순한 서류 양식 변경이 아니라 기업 실적 해석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어서, 초기 정착 과정에서 충실한 사전 설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기업 공시의 질을 높이고 투자자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마다 사업 구조가 달라 구체적 영향 분석의 수준에 차이가 날 수 있어 공시의 충실성과 비교 가능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