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API’를 활용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사례를 확인하고 투자자 경고에 나섰다. 자동매매 수단이 시장 교란 도구로 악용되면서 감시 강화도 예고됐다.
금감원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API를 통해 거래량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검찰 통보까지 이어진 사례로,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PI 악용한 전형적 시세조종 수법
금감원이 제시한 대표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시장가 매수·매도를 반복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식, 허수 매수 주문과 취소를 반복해 매수세를 위장하는 방식, 다수 계정 간 ‘통정매매’, 그리고 고가 매수 주문을 연속 제출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는 모두 API 자동주문 기능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매매 자체는 합법이지만,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활용될 경우 ‘시세조종’이나 ‘가장매매’로 판단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제재 대상자의 상당수가 20~30대 투자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 시행 이후 변화된 규제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기존 거래 방식을 유지하다 위반 사례로 적발되는 경향을 보였다.
API 키 유출 시 형사책임까지 가능
금감원은 ‘API 키’ 관리 위험성도 강조했다. API 키가 외부에 노출될 경우 해커가 원격으로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탈취하거나 불법 거래에 악용할 수 있다.
실제로 깃허브 등 공개 저장소에 API 키가 포함된 코드가 노출돼 수일간 해킹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 경우 단순 피해를 넘어, 해당 계정이 자금세탁이나 불공정거래에 활용되면 계정 소유자 역시 공범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단기 급등 종목 추종 매매도 ‘위험 신호’
일반 투자자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금감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과 거래량이 급등한 가상자산을 추종 매매할 경우,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API 자동매매 이용자 역시 과도한 단주매매나 반복 주문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주문 조건과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시 강화…AI 기반 적발 확대
금감원은 앞으로 API를 통한 불공정거래 감시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AI 기반 분석 기능을 확대해 이상 거래를 조기에 포착하고, 반복매매 계정이 확인되면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형사처벌뿐 아니라 과징금 등 행정제재도 병행된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구조가 고도화되는 만큼, 자동화된 거래 수단에 대한 규제와 투자자 인식 개선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API’는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시장 질서를 흔드는 양날의 검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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