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 수장이 사모대출 시장의 위험이 아직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 급성장한 비은행 대출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영국의 시각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폴 앳킨스 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디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서 사모대출이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시스템 리스크 단계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스템 리스크는 개별 상품이나 회사의 문제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져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위험을 뜻한다. 앳킨스 위원장은 자신도 개인적으로 사모대출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다며, 수익 기회가 있는 만큼 손실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은행들이 강화된 규제로 기업대출에서 일부 물러난 뒤, 사모대출이 기업 자금조달의 빈틈을 메워왔다고 평가했다. 사모대출은 은행 대신 사모펀드나 대체투자 운용사 등이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인데, 대출 심사가 비교적 유연하고 자금 공급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커졌다. 다만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 투자처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이때부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위험은 존재하지만 시장 참여자가 그 구조와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들어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발언은 미국 정부가 퇴직연금 등 장기자금을 사모대출 시장으로 더 끌어들이려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앳킨스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미국 규제당국이 약 1조8천억달러 규모로 불어난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접근을 넓히려는 기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는 최근 연금 운용 책임자들이 사모대출, 암호화폐, 차입매수(LBO·인수금융을 위해 빚을 일으키는 방식) 관련 투자를 포트폴리오에 담기 쉽게 하는 규정을 제안했다. 핵심은 사후 소송 부담을 낮춰 연금 자금의 투자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있다.
반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같은 시장을 훨씬 더 경계하고 있다. 베일리 총재는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 자격으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히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불일치와 불투명성, 그리고 구조의 복잡성 확대를 국제 금융시스템의 핵심 취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유동성 불일치는 투자자 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데, 실제 대출자산은 쉽게 현금화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경기 둔화나 신용경색이 겹치면 손실이 예상보다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결국 사모대출은 은행 규제 강화 이후 커진 새로운 자금중개 축이지만, 그만큼 감독의 사각지대와 정보 부족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자금 공급 기능과 투자 기회를 상대적으로 중시하고, 영국은 금융안정 측면의 취약성을 더 크게 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리 수준, 기업 부실 증가 여부, 연금자금 유입 속도에 따라 규제 완화와 건전성 점검 사이의 줄다리기가 한층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