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21일 5천765억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로 하면서, 일본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 기준으로는 단일 발행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게 됐다.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이 일본 자금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최근 엔화 채권 시장의 위상과 초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략 변화가 함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알파벳이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이른바 글로벌 엔화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알파벳이 엔화 표시 채권을 찍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행 규모는 2019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엔화 채권 발행 물량 등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일본 국적이 아닌 기업이 한 번에 조달하는 엔화 채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전해졌다. 글로벌 엔화 채권은 일본 안팎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하는데, 엔화 자산 선호가 유지되는 국면에서는 대형 해외 기업에도 매력적인 조달 수단이 된다.
이번 채권은 만기별로 3년물, 5년물, 7년물, 10년물, 15년물, 30년물, 40년물 등 7종으로 나뉜다. 이처럼 만기를 넓게 분산하는 방식은 투자자 층을 폭넓게 확보하려는 전형적인 구조다. 가장 비중이 큰 5년물은 2천5억엔 규모로, 표면 이율은 2.412%로 정해졌다. 발행 주간사는 미국 모건스탠리와 미즈호증권 등이 맡았다. 대형 투자은행과 일본 증권사가 함께 참여했다는 점은, 이번 거래가 국제 투자자와 일본 내 기관투자가를 동시에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행을 단순한 회사채 조달 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기를 맞으면서, 초대형 기업들이 엔화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인공지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네트워크 설비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데, 달러 외 통화로 조달 창구를 넓히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일본 시장은 상대적으로 두터운 기관 자금과 장기물 수요가 있어, 만기를 길게 가져가려는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으로 꼽힌다.
결국 알파벳의 이번 엔화 채권 발행은 일본 채권시장이 해외 초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처로 더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는 한, 자금 수요가 큰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엔화 시장에 잇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채권시장의 국제화와 함께, 기업들이 금리와 투자자 수요를 비교해 통화를 나눠 조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