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해외 사업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층 커졌다. 세계 증시가 강세를 보인 데다 미국과 홍콩에 둔 현지법인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해외 부문 순이익이 6천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이 2026년 5월 18일 발표한 ‘2025년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을 보면, 증권사 16곳의 지난해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4억5천58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2억7천170만달러보다 67.8% 늘어난 규모로, 원화 기준으로는 약 6천540억원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거둔 전체 당기순이익의 8.7%에 해당한다. 해외 사업이 단순한 거점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역별로 보면 수익 기여는 미국과 홍콩에 집중됐다. 미국에서는 1억6천70만달러, 홍콩에서는 1억3천580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반면 중국은 880만달러, 일본은 12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13개국에서는 모두 흑자를 냈다. 금감원은 글로벌 증시 활황이 이어진 가운데 미국·홍콩 법인의 실적이 확대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해외 투자은행 업무나 현지 자산운용, 위탁매매 같은 사업이 시장 호조의 영향을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 구조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현지법인 자산은 357억4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원화로는 약 51조3천억원으로, 해외에 진출한 증권사 전체 자산의 7.2% 수준이다. 자기자본은 87억7천만달러로 7.8% 늘어 약 12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 자산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손실 흡수 능력과 재무 안정성이 함께 개선됐다는 의미다. 금감원도 이를 두고 해외 현지법인의 자본구조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확장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16개 국내 증권사는 15개국에서 해외점포 93개를 운영했다. 이 가운데 현지법인이 83개, 사무소가 10개다. 아시아 지역이 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66개로 가장 많고, 미국 18개, 영국 7개, 그리스와 브라질이 각각 1개다. 지난해에는 미국 4개, 홍콩 3개 등 모두 14개 해외점포가 새로 문을 열었고, 중국 점포 1개는 폐쇄됐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29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투자증권 11개, NH투자증권 8개, KB증권 7개 순이었다.
금감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기존 동남아 중심에서 인도 같은 신규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장 여력이 큰 신흥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동 사태 장기화처럼 외부 변수에 따라 해외 사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감독당국은 잠재 위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원을 국내 시장 밖으로 더 넓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지역별 정치·금융 위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