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넉 달 만에 소폭 줄었다. 연초에 집중됐던 영업 확대 흐름이 다소 진정된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낮추도록 주문한 영향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4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천83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 42조9천942억원에서 112억원, 비율로는 0.026% 줄어든 수치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1월 말 42조5천850억원, 2월 말 42조9천22억원, 3월 말 42조9천942억원으로 1분기 내내 늘어왔는데, 4월 들어 그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배경에는 계절적 요인과 정책 관리 기조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통상 연초에 연간 실적 목표를 세우고 카드론 등 대출 영업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벌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4월부터는 이런 초반 영업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1.0~1.5%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업계에 요구하고 있다. 카드론은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어서 급전이 필요한 차주가 많이 이용하는 상품인데, 당국은 이 같은 고금리 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서민 자금 사정이 완전히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해 같은 카드사에서 다시 돈을 빌리는 대환대출 잔액은 4월 말 1조5천983억원으로, 3월 말 1조4천947억원보다 늘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6조7천65억원으로 전월 6조6천725억원보다 증가했다. 리볼빙은 카드대금의 일부만 먼저 갚고 나머지를 다음 달로 넘기는 방식으로, 당장 결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자가 붙기 때문에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단기 소액대출 성격이 강한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1천965억원으로, 전월 6조2천880억원보다 감소했다.
결국 4월 수치는 카드론 총량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대환대출과 리볼빙이 늘어난 점을 보면 취약차주의 자금 압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와 경기·금리 여건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카드론 증가세가 다시 꺾일지, 아니면 다른 고비용 신용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갈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