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 최고경영자가 중동 전쟁 여파로 세계 원유 시장의 재고 완충 장치가 거의 소진됐다며 2026년 6∼7월 국제 유가가 다시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감으로 유가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실물 공급 부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는 이날 투자은행 주최 행사에서 현재 원유 시장이 전쟁 초기와는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동안은 전쟁 이전부터 쌓여 있던 높은 재고,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제재를 받는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우회 유입 등이 공급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안전판이 점점 약해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국제 가격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우려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길목인데, 이 항로가 3개월 동안 막히면서 하루 1천만∼1천3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한 주 동안 유가가 협상 기대감에 10% 하락했더라도, 이는 금융시장의 심리 변화가 만든 단기 조정일 뿐 실제 원유가 제때 시장에 도착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불안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사라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워스 최고경영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이 재개되더라도 원유 흐름이 정상 수준으로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인프라 피해 복구에 수백억 달러가 들 수 있다는 점도 추가 비용과 공급 차질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도 분쟁 이전 물동량의 80% 수준을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리고, 완전한 정상화는 2027년 1∼2분기 이전에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 바 있다.
결국 이번 발언은 유가 변동이 단순한 투자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공급망 복구 속도와 재고 여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준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비축유 운용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물가 대응 전략을 함께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쟁이 조기에 멈추더라도 당분간 국제 유가의 상방 압력을 남길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각국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