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아츠(EA)의 대표적인 1인칭 슈팅게임 ‘배틀필드’ 시리즈가 최신작 ‘배틀필드 6’를 통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선 작품들이 유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가운데, 이번 신작이 침체됐던 시리즈의 반등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배틀필드 6’는 시리즈 중 핵심으로 꼽히는 멀티플레이 요소에 중점을 두며, 한층 향상된 게임성과 현실감을 선보였다. 현대전의 분위기를 기반으로 한 전장에서 플레이어는 병사와 장비를 직접 조작하며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데, 지나치게 오락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전장 특유의 무게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는 최근 등장한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과도한 협업 마케팅이나 비현실적 설정으로 인해 몰입감을 낮췄던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은 베타 테스트 당시 일부 좁은 전장 공개로 인해 스케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식 체험에서는 과거 인기작이던 ‘배틀필드 3’나 ‘배틀필드 4’ 수준의 대형 전장이 구현돼 기대를 모았다. 또, 쓰러진 아군을 안전 지역으로 끌고 가 소생시키는 신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팀 단위 전술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래픽 최적화 역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급 사양의 PC로도 안정적인 성능과 시각적 만족을 동시에 제공하는 등 완성도 면에서 강점을 보였다.
반면 싱글플레이 콘텐츠는 다소 평이 엇갈린다. 전작 ‘배틀필드 2042’에서 아예 빠졌던 싱글 모드가 이번에 부활했지만, 스토리라인은 허술하고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처럼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 대립 구도가 아닌, 정체불명의 민간 군사조직이 세계를 위협하는 설정이 도입됐지만 그 전개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전투 장면의 시각적 효과는 뛰어나지만, 서사나 인물 간 연결고리가 약해 단편적인 인상을 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적군 인공지능(AI)의 부족한 반응 속도나 어색한 행동 패턴은 게임 내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숨거나 전략적으로 움직이기보다, 플레이어 앞에 무방비 상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전투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싱글플레이 후속작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현재로서는 멀티플레이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배틀필드 6’의 성과는 시리즈의 명예 회복 여부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된다. 초기 버전에서 드러난 멀티플레이 시스템의 진일보는 긍정적 신호지만, 싱글 콘텐츠의 완성도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EA가 배틀필드 시리즈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