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새 블록체인 도시의 기반”...타이거리서치, 암호화폐 산업 '도시화 전환' 진단

글로벌 리서치 기관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이 ‘서부 개척 시대’를 지나 ‘도시화 시대’로 전환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술, 실용적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고 진단했다. 타이거리서치는 UAE 두바이에서 열린 TOKEN2049 2025 컨퍼런스 현장의 발표 내용과 업계 흐름을 토대로 웹3 생태계가 투기적 내러티브보다는 실질적 시장 적합성, 규제 대응, 기관 채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올해 TOKEN2049 두바이는 160여 개국에서 15,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몰려들며 암호화폐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단연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전체 세션 주제 중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를 합친 비중은 AI보다도 높은 14% 이상을 기록해, 스테이블코인이 투기를 넘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솔라나(SOL), 트론(TRX), TON 등의 생태계는 이를 기반으로 결제 인프라, 지갑 확장, 기관 채택까지 총체적인 전략을 구사하며 기회를 선점 중이다. 이는 단순한 통합을 넘어 금융 시스템으로의 확장을 의미하며, 블록체인 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실생활과 맞닿는 실제 결제 레이어로 진입하고 있다는 변화를 시사한다.

AI 역시 주요 이슈로 다루어졌지만, 현장 분위기는 한층 냉정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AI에 대한 기대감과 실질적인 기술 성숙도 간 간극을 지적했다. 사용 사례가 불분명한 AI 프로젝트들보다는, 오픈소스 분산형 프레임워크, AI 컴퓨팅 네트워크 등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토대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리서치 내용을 보면, 블록체인 x AI라는 조합이 여전히 잠재력 있는 영역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실험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흥미로운 한 축은 ‘노드 판매’ 트렌드였다. 탈중앙화 참여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기적 리테일 자금 유입 수단에 가깝다는 회의론도 팽배했다. 과장된 보상 구조와 네트워크 효과 부재가 거론되며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기술과 시장의 괴리도 하나의 메인 이슈로 부각됐다. 역량 있는 팀들이 기술력은 갖췄지만 시장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제 사용자 니즈, 유동성 유치 전략, 거래소 협업 등 상용화 중심 사고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도 산업 도시화를 뒷받침했다. 테더는 미국 규제 중심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예고했고, OKX는 기관용 자산보관과 지불 인프라 확장을 발표했으며, 라이트파크는 비트코인(BTC) 기반 결제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동시에 MEXC, 조디아 등은 커스터디 및 모듈형 블록체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며 인프라 중심의 성숙한 시장 전환을 알렸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이 더 이상 ‘개념적 혁신’으로는 시장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했다고 분석한다. 이제 시장은 명확한 ‘가치 제안’과 ‘실용적인 적용 사례’를 요구하고 있으며, 도시화된 생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장밋빛 비전보다는 실행력 있는 확장 전략을 검증받는 단계에 돌입했다. 투기 중심 시대를 지나온 시장은 이제 블록체인 기술의 현실적 적용, 안정적 규제 환경, 기관 채널의 진입이라는 3대 중장기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같은 움직임은 향후 웹3 생태계의 구조적 고도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