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이행에 전격 합의하면서 4일 국제 유가는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판단 속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4일(현지시간)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5.03달러로 전장보다 2.8%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93.04달러로 3.1%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3거래일 동안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오름세를 보였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외교적 진전이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워싱턴디시에서 열린 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이행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양국 간 충돌 완화로만 보지 않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종전 합의 논의까지 진전될 가능성을 키우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원유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 산유 지역의 공급 불안이 부각돼 가격이 뛰고, 반대로 긴장이 완화되면 위험 프리미엄(불확실성을 반영해 가격에 붙는 추가 상승분)이 빠지며 유가가 내려가는 흐름이 자주 나타난다.
앞서 시장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이후 이란 측의 협상 중단 보도가 나오자 상황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어서, 실제 생산 차질이 없더라도 분쟁 확산 가능성만으로 가격이 움직일 때가 많다. 이번에는 휴전 이행 합의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외교 협상 쪽으로 옮겨갔고, 당장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이 다시 협상 타결 기대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공급 우려는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유가 움직임이 실제 수급 변화보다도 전쟁 확산 가능성과 외교 협상 진전 여부 같은 정치·안보 변수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중동 지역의 휴전 이행 상황과 미국·이란 간 협상 진전에 따라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