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주가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예고 발표 이후 16%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서버 제조업체는 회계 연도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 50억~60억 달러(약 7조 2,000억~8조 6,400억 원)에서 45억~46억 달러(약 6조 4,800억~6조 6,200억 원)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같은 예비 실적 발표 직후 월가에서는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는 기존 59달러에서 34달러로, JP모건은 39달러에서 36달러로 낮췄고,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3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단순한 실적 미달이 아닌, 기업의 미래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성' 손상이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AI 서버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둔화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가이던스 하향은 슈퍼마이크로가 투자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 측은 수요 둔화보다 고객사들의 제품 전환에 따른 타이밍 문제로 이번 실적 전망 하향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클레이스는 이러한 설명에 대해 “애초에 회사 측의 기존 가이던스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특히 AI 서버 수주 전망이 2025년까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확한 실적 예측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지적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적 부진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대외 변수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무역 정책이 다시 불확실해지면서, IT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업들의 투자 및 구매 결정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 슈퍼마이크로 실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2월 나스닥 상장 유지 조건이던 재무 보고서 제출 기한을 가까스로 맞추면서 한 시름을 놓았으나, 실적 부진과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극심한 주가 변동성을 겪은 이 종목은 연초 대비 현재 주가가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12개월 간의 누적 손실폭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슈퍼마이크로는 오는 화요일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를 통해 추가 설명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 기업이 향후 신뢰 회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