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8일 미국 기술주 급락의 충격을 그대로 반영하며 큰 폭으로 내려, 각각 30만원선과 200만원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커졌고, 그 여파가 뉴욕 증시의 반도체주 매도세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형 반도체주까지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0.18% 내린 29만5천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30만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장중에는 29만2천500원까지 밀리며 낙폭이 더 커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7.68% 하락한 191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만원선을 종가 기준으로 내준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9거래일 만이며, 장 초반에는 185만5천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글로벌 인공지능 팩토리 구축을 위한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등 장기 기술 협력 강화 계획을 밝히면서 장중 낙폭은 일부 줄었다.
국내 반도체주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주 말 미국 증시 급락이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가 2.65%, 나스닥 종합지수가 4.18% 하락했다. 5월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안에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술주에는 부담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6.20%,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3.25%, AMD는 10.86% 내렸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26% 급락했다.
증권가는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이번 하락이 업황 자체의 훼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가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을 받아 변동성 확대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반면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61만원, 400만원으로 유지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메모리가 핵심 병목 구간으로 부각되는 구조와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강세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주가 하락은 메모리 시장의 펀더멘털, 즉 기업의 기초체력이나 실적 흐름과는 무관한 시장 소음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결국 시장은 지금 미국 금리 변수에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업종의 중장기 실적 기대까지 함께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고, 주요 업체들의 기술 협력도 강화되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이번 조정은 단기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통화정책 전망과 글로벌 기술주 투자심리의 변화에 따라 단기 등락은 이어지더라도, 실적과 수요가 확인되는 종목 중심으로 다시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