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9주 연속 상승 뒤 급락하자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경계론을 내놓고 있다. 최근 주가를 끌어올린 기술주 쏠림이 흔들리는 데다 물가와 금리, 기업 실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을 보면, 제이피모건체이스의 글로벌 시장 인텔리전스 책임자 앤드루 타일러는 고객 메모에서 단기 증시 시각을 기존 강세에서 전술적 신중으로 낮췄다. 전술적 신중은 시장의 장기 방향을 전면 부정한다기보다, 당분간은 가격 출렁임과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그는 최근 랠리 과정에서 많이 오른 기술주를 투자자들이 계속 정리할 수 있어 시장이 방향을 다시 잡는 데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기업 실적 자체가 곧바로 무너진다고 보지는 않았다. 타일러는 저점 매수 자체에는 여전히 무리가 없다고 보면서도, 채권시장 변동성, 투자 포지션 청산, 인공지능 관련 종목 조정 가능성, 주식 발행 증가 같은 위험 요인을 함께 거론했다. 특히 17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결정과 그에 앞서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가 중요 변수로 꼽힌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이는 성장주 중심의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돼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주는 재료가 나오면 다시 강세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한층 더 직접적인 경고를 내놨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이 이끄는 주식전략팀은 고객 메모에서 시장에 적신호가 너무 많다며 차익 실현을 권했다. 이 회사는 약세장 신호로 보는 지표의 약 70%가 이미 켜졌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과거 시장 고점 부근에서 나타난 평균 수준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가 20개 가치평가 지표 가운데 17개에서 통계적으로 고평가 상태이며, 8개 지표는 닷컴 버블 시기와 비교해도 비싼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지수가 단기적으로 더 오를 여지는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공격적으로 비중을 늘리기보다 수익을 일부 확정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다. 일부 초대형주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가격 변동이 시장 내부 구조의 불안정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내놨다. 수브라마니안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연말 목표치 7100은 8일 종가 7406보다 낮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물가 지표와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기술주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조정이 깊어질 수도, 선별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