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반도체주 급등에 힘입어 9,000선 재돌파를 시도하는 국면에 들어섰지만, 미국 증시 혼조와 물가 부담 탓에 26일 장에서는 상승 탄력이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5일 전 거래일보다 459.28포인트, 5.42% 오른 8,930.30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9,044.04까지 오르며 9,000선을 회복했고, 오전 9시 6분에는 프로그램 매수 호가가 급격히 늘면서 매수 사이드카(과도한 급등 때 시장 과열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제한하는 장치)도 발동됐다. 이번 급등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향후 전망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반도체 업황 정점 통과 우려가 한층 누그러진 결과다. 이날 삼성전자는 5.29%, SK하이닉스는 13.06% 올랐고, SK하이닉스는 장중 298만8천원까지 치솟으며 300만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수급을 보면 기관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천24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2조4천155억원, 외국인은 8천782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다만 시장 전반이 함께 오른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코스피 상승률은 8.9%였는데, 같은 기간 반도체는 14.2%, 에너지는 10.8% 올라 지수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업종 안에 SK하이닉스의 최상위 지주회사인 SK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반등을 사실상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투자심리가 시장 전체로 넓게 퍼졌다기보다, 특정 주도주에 집중된 성격이 강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이런 기대와 경계가 뒤섞인 모습을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4% 올랐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1%, 나스닥종합지수는 0.46% 내렸다. 마이크론은 약 16% 급등했지만, 애플이 메모리 등 부품 비용 상승을 이유로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뒤 6% 넘게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도 약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는 반도체 회사에는 호재지만, 완제품을 파는 빅테크 기업에는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미국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에는 부합했지만, 물가 압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선행 지표도 방향이 엇갈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상장지수펀드와 MSCI 신흥국 지수 상장지수펀드는 각각 3.92%, 1.06% 상승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59% 올랐다. 반면 코스피200 야간 선물은 1.45%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야간 시장에서 1,543.10원으로 마감해 주간 거래 종가보다 0.40원 올랐고, 국제 유가도 호르무즈 해협 선박 피격 사건 여파로 반등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 자체는 급격한 냉각 국면에서 벗어났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투자심리는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중심의 쏠림 장세와 소외 업종의 저가 매수 시도가 맞물리며, 코스피가 9,000선 안착을 시도하되 장중 변동성은 큰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