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반 조직이 미국 기업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베끼는 ‘산업 규모’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대응 계획을 공개했다. 핵심은 미국 주요 AI 기업을 겨냥한 ‘모델 증류(distillation)’ 공격을 국가 차원에서 탐지·공유하고, 민간과 함께 방어 체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중국발 AI ‘증류’ 공격 차단 예고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마이클 J. 크라치오스(Michael J. Kratsios) 대통령 과학기술정책실장은 24일(현지시간) “중국에 주로 기반을 둔 외국 주체들이 미국의 주요 AI 기업을 의도적으로 겨냥해 모델을 증류하고 있다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단·은밀한 증류로 만들어진 모델은 원본의 완전한 성능을 재현하진 못하지만, 일부 벤치마크에서는 비슷해 보이는 제품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내놓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보안 프로토콜이 벗겨진 더 싼 모델”이라는 우려
백악관은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모델이 ‘중립적이고 진실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원천 모델에 내장된 안전장치나 정책 준수 메커니즘이 약화된 채, 비용만 낮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생태계의 신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가 경쟁이 격화되는 시장 환경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모프 LLM(Morph LLM) 데이터에 따르면 최전선급 모델의 100만 토큰당 비용은 클로드(Claude) 오푸스 4.6이 5달러(약 7419원), 챗GPT-5.4 프로가 최대 30달러(약 4만4511원)인데, 중간급으로 분류되는 딥시크(DeepSeek) V3.2는 0.26달러(약 386원)로 제시된다(원·달러 환율 1달러=1483.70원 기준). 가격 격차가 큰 만큼, ‘보안이 약한 저가 모델’이 벤치마크 성능만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수만 개 프록시 계정·탈옥 기법”으로 정보 빼가기
백악관 OSTP는 외국 기업들이 “수만 개의 프록시 계정”을 활용해 탐지를 피하고, ‘탈옥(jailbreaking)’ 기법으로 독점 정보를 노출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조직적인 계정 운영과 공격 기법이 결합되면, 모델의 핵심 능력과 운영 노하우가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번 경고는 앤트로픽(Anthropic)이 2개월 전 중국 AI 기업 3곳이 자사 모델에 증류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한 이후 나왔다. 앤트로픽은 2월 말 딥시크, 문샷(Moonshot), 미니맥스(MiniMax)가 약 2만4000개의 ‘사기 계정’을 통해 총 1600만 회 이상의 상호작용을 생성했다고 밝히며, 에이전트형 추론, 코딩, 데이터 분석, 루브릭 기반 채점, 컴퓨터 비전 등 다양한 능력을 ‘긁어가기’ 위해 클로드를 활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민간과 공조해 방어·책임추궁 ‘투트랙’ 추진
트럼프 행정부는 위협에 맞서 민간 AI 업계와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악관 OSTP는 대규모 공격 징후에 대한 정보를 미국 기업과 공유하고, 민간 부문이 보다 잘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공동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외국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I 모델 경쟁이 비용과 성능뿐 아니라 ‘보안·윤리·신뢰’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미국 내 AI 산업 전반에 방어 표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의 경고가 실제 규제나 제재로 이어질지, 그리고 기업들이 계정 남용·탈옥·데이터 추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는 향후 기술적·외교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