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테크가 중심에 섰다. 특히, AI 글쓰기 도우미 '그래머리(Grammarly)'가 무려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조달하며 투자 규모 1위를 기록했다. 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창업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임상 시험을 앞두고 6억 달러(약 8,600억 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그래머리는 기존 투자자인 제너럴 캐털리스트가 조성한 고객가치펀드(Customer Value Fund)를 통해 이번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 측은 마케팅 확대는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럴링크 역시 무게감 있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이 기업은 사지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6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회사 가치가 90억 달러에 선평가됐다. 뉴럴링크는 이미 머스크가 주도하는 다른 AI 스타트업들과 함께 주류 투자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3위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하는 기술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클릭하우스(ClickHouse)'다. 해당 기업은 AI 시대에 적합한 분석 플랫폼 비전이 주효했다. 코슬라 벤처스의 주도로 3억 5,000만 달러(약 5,040억 원)를 확보했고, 골드만삭스가 참여한 1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뉴욕 기반의 '그린 테라퓨틱스(Grin Therapeutics)'가 1억 4,000만 달러(약 2,010억 원)를 유치했다. 이 중 6,500만 달러는 이탈리아계 제약기업 안젤리니 파마(Angelini Pharma)로부터 받은 전략적 투자였다. 같은 분야 신생업체인 '신디오 바이오사이언스(Syndeio Biosciences)'도 9,000만 달러(약 1,300억 원) 투자 유치와 동시에 공식 출범을 선언하며 바이오 스타트업 시장의 열기를 더했다.
이외에도 특화형 AI 시스템을 개발 중인 '스너클 AI(Snorkel AI)'는 1억 달러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고단백 저당 에너지바 브랜드 '데이비드(David)'는 식음료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7,500만 달러(약 1,080억 원)를 모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 양상이 단순 자금 유입을 넘어 기술 상용화 가능성과 실제 수익 모델 확대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분석한다. 특히 지난 수년간 AI 영역에 대한 기대감이 쏟아지던 것과 달리, 이제는 실질적인 제품 개발과 시장 확장 능력이 투자의 핵심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투자 동향은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한 주간 미국 기업들에 발표된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자금 조달 사례를 Crunchbase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집계한 것이다. 다만, 일부 발표는 시차 문제로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