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GFS)가 RISC-V 기반 프로세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자회사 역할로 배치될 MIPS 테크놀로지(MIPS Technologies)를 인수하며 AI 역량 강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합병은 글로벌파운드리가 단순 파운드리 기업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주도권 확보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1985년 설립된 MIPS는 한때 x86, ARM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고전적인 컴퓨팅 아키텍처의 선두주자였으나, 최근 10년 간 구 MIPS 구조를 버리고 RISC-V라는 오픈소스 기반 명령어 집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파운드리는 MIPS가 보유한 범용 CPU 설계 IP, AI 추론 가속기, 엣지 AI 센서 기술 등 핵심 기술력을 자사 포트폴리오에 통합하게 됐다.
특히 MIPS의 대표 제품인 ‘아틀라스(Atlas)’ 칩셋은 최신 RISC-V 명령어 세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프로세서 코어를 갖췄다. 일반적인 연산처리용은 물론, 저전력 고성능이 요구되는 엣지 컴퓨팅 영역에도 적용 가능한 점이 돋보인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이를 활용해 AI, 자율주행차, 산업용 장비 및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로 고객 맞춤형 반도체 솔루션 제공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기존 파운드리 고객들뿐 아니라 AI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신규 고객층에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이같은 전략 변화는 설계뿐 아니라 제조까지 위탁하는 고성능 칩 고객들과 직접 경쟁할 가능성도 내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글로벌파운드리가 단순 위탁 생산에서 벗어나 칩 설계와 통합 솔루션 제공자라는 상위 밸류체인을 노린다"며 "RISC-V 기반 AI 칩 경쟁에서 엔비디아·AMD 등 거대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MIPS 역시 글로벌파운드리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공정 활용을 통해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미국 국방부 등 보안 요구가 높은 고객사를 겨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실제로 국방부는 보안 공장에서 제조된 칩을 우선적으로 조달하는 경향이 있어, 이 같은 통합 시너지가 양사 모두에 전략적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의 닐스 안데르스코우(Niels Anderskouv) 사장은 "MIPS와의 합병은 고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핵심 전환점"이라며 "자동차, 산업용, 인프라까지 폭넓은 시장에서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소식이 발표되자 글로벌파운드리 주가는 약 7% 상승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기대감을 반영했다. MIPS의 최고경영자 사미르 와슨(Sameer Wasson)은 "이번 인수는 물리적인 AI 혁신을 가속화할 신호탄"이라며 "보안성과 확장성은 물론, 고객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 출발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인수는 관련 정부 기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