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통신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해킹 피해 의혹에 휘말리면서, 국회가 사실관계 확인과 제도 정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와 국회는 침해 사고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통신사들의 미온적인 대응이 조사의 걸림돌로 지적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보안 전문 매체가 북한 또는 중국 계열의 해킹 조직이 한국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엔 통신 3사 중 SK텔레콤 외에 KT와 LG유플러스도 피해 대상으로 언급되면서, 국내 통신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와 관련해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9월 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기업의 해킹 대응 현황을 강하게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민관 합동조사를 구성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으며, 사업자의 자발적 신고 없이는 침해 조사가 어렵다는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침해 사고가 발생해도 사업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정부가 곧바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크웹 상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KT와 LG유플러스 관련 데이터를 인지하고, 두 기업에 정식 신고를 권유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내부 조사 결과 해킹 흔적을 찾지 못했다며 초기에 조사 참여를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T의 경우 일부 서버가 이미 파기된 상태라는 언급이 나오면서, 자료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현재 관련 현장을 점검하고, 기술적 증거 확보를 위한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사이버 침해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보보호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 핵심 인프라인 통신 분야에서 해킹 조사가 사업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 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의 보안 정책 강화 및 민관 공동 대응 체계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