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을 중심축으로 삼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7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보다 2조7천억원, 비율로는 12.9% 증가한 수치다.
이번 증액의 핵심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AI와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다른 하나는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 복원을 통한 장기 성장 기반 마련이다. 정부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첨단 연구개발(R&D)과 미래기술 확보에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전체 R&D 예산으로 총 11조8천억원을 집행하며, 이는 전체 예산의 절반에 가깝고 지난해보다 21.6% 늘어난 규모다.
AI 분야에는 총 5조1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 중 AI 대전환 전략에만 4조4천6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특히 AI 반도체 기반의 컴퓨팅 자원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한 해에만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5천장을 도입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재추진하고, 특화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 연구 인력 양성도 강화되며, 최고급 신진 연구자 프로그램인 ‘AI 스타 펠로우십’ 예산도 대폭 증액됐다.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예산은 5조9천300억원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같은 기존 주력 분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바이오헬스·양자기술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투자가 확대된다. 소재, 미래에너지 등 기반기술 연구도 병행하여 추진된다. 아울러 연구과제 중심제도를 완화해 대형 과제를 유도하고, 기초연구는 2조7천4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7.2% 늘려 연구 저변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과기정통부는 국민 누구나 AI를 안전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AI 기본사회’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디지털 교육센터는 올해 32곳에서 내년 69곳으로 확대되며, 정보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보급도 함께 추진된다. 또한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높아진 사이버 보안 이슈에 대응해 정보보호 예산도 3천300억원으로 늘어났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예산 증가가 단순한 숫자 확대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와 일반 시민이 실질적인 성장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초연구와 AI 연구를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당장의 기술 혁신과 중장기 성장 동력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술 주도 성장 전략이 정책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산 집행의 실효성과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후속 관리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