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이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런던의 버티고 필름스와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의 네이티브 포린은 AI를 중심에 둔 새로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터즈(Critterz)’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는 GPT-5를 비롯한 오픈AI의 다양한 모델들이 투입될 예정이며, 2026년 5월 칸 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
영화 ‘크리터즈’는 인간 아티스트가 초안 스케치를 담당한 뒤, GPT-5와 이미지 생성 모델이 이를 장면으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텍스트 기반의 고급 언어 처리와 시각적 요소 분석이 가능한 GPT-5는 챗GPT의 기반이 되는 주요 엔진이며, 이미지 생성은 올해 4월 출시된 전용 모델 ‘gpt-image-1’을 통해 구현된다.
이외에도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가 일부 제작 과정에 흡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라는 최대 1분 길이의 비디오 클립을 생성할 수 있으나 현재 상업적으로 제공되는 버전은 20초짜리 영상만 가능하다. 전체 영화 제작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정 장면의 프리비주얼(previsualization) 용도나 시퀀스 구성 테스트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단, 소라가 생성하는 개별 장면이 서로 높은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기존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수년간 제작되는 것과 달리, 영화 ‘크리터즈’는 9개월 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제작 예산은 3,000만 달러(약 432억 원) 미만으로,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목소리 연기를 맡을 배우들의 캐스팅은 앞으로 몇 주 내 본격 추진되며, 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영상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AI 모델의 채택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오픈AI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소라 기반 단편 영상을 상영한 바 있으며, 향후 도쿄에서도 시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오픈AI는 구글(GOOGL)과 러너웨이AI(Runway AI) 등과 AI 영상 생성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러너웨이는 최근 AMC 네트웍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특수 효과 제작 자동화에 도전 중이며, 라이언스게이트의 영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AI 모델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AI가 예술 표현의 새 영역을 개척하는 가운데, ‘크리터즈’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생성형 AI의 융합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