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CRM)가 자사의 연례 행사인 드림포스(Dreamforce)에서 선보인 ‘에이전트포스 360(Agentforce 360)’은 기업용 AI 도입의 난제를 해결할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기조연설을 통해 “데이터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인공지능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고객과 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에이전틱 디바이드(agentic divide)’를 해소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에이전트포스 360은 세일즈포스의 핵심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360’, 고객관리 애플리케이션 ‘커스터머360’, 그리고 AI 에이전트와 사람이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슬랙 기반 인터페이스까지 통합한 포괄적 솔루션이다. 이미 자사에서 자체 실적으로 입증된 만큼 실효성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세일즈포스 헬프 내에서는 180만건 이상의 대화에 이 도구가 활용됐으며, AI 기반 콜백 시스템은 매주 5만 명의 고객에게 응답 전화를 제공하고 있다.
업데이트된 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슬랙과의 결합이다. 이로써 슬랙은 세일즈포스 내부에서 ‘에이전틱 OS’로 불리며, AI와 인간의 자연어 기반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기업 내 지식 검색에 사용하는 ‘엔터프라이즈 서치’부터, 맞춤형 지원 기능을 제공하는 AI 챗봇까지, AI의 실행력과 맥락 이해 능력이 결합되며 새로운 고객 경험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베니오프는 “이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맥락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윌리엄소노마의 최고경영자(CEO) 로라 앨버는 “기업들이 이처럼 고객 응대를 효율화할 수 있는 기술의 산업 도입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펩시코는 이미 150만 개 매장에서 에이전트포스를 활용 중이며, 2026년까지 ‘에이전트 퍼스트’ 전략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베니오프 역시 이에 공감하며, “기술 혁신 속도가 고객 도입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면서 “이번 변화는 단순한 앱 설치 수준이 아니라 기업 운영 아키텍처 전반의 재구성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델(Michael Dell)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CEO도 비슷한 의견을 이어갔다. 그는 “AI는 우리가 생각하기보다 빠르게 우리의 산업을 바꾸고 있다”며 “지금 진입하지 않으면, 새로운 플레이어가 기존 기업을 시장 밖으로 몰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델은 자사 제품군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정비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기업이 현 상황을 생존의 기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세일즈포스는 이번 발표를 통해 단순한 제품 혁신을 넘어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베니오프는 “1년 전만 해도 에이전트포스는 하나의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이 됐다”며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 속도에 맞추기 위해 우리도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전트포스의 급속한 발전은 세일즈포스가 단순한 고객관리 솔루션 기업을 넘어 AI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 본격적인 진로를 잡았음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베니오프가 샌프란시스코의 치안 문제에 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행사 내 언론 브리핑에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자세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행사 안전을 위해 자체 경비 인력 200명을 배치했다고 밝혀 세일즈포스의 도심 컨퍼런스 운영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엿볼 수 있었다.
드림포스 2025는 그 자체로 세일즈포스의 기술 집약적 방향성과 기업용 AI의 미래 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AI의 상용화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지만, 세일즈포스는 플랫폼 전략과 자사 성공 사례를 동시에 제시하며 그 해답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업계에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