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개발자들이 다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서 트랜잭션 데이터 제한을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블록체인에 더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트코인 개발자 그렉 샌더스(Greg Sanders)는 지난 5일 깃허브(GitHub)를 통해 “다음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 릴리스에서는 OP_RETURN 출력이 80바이트를 초과하는 트랜잭션도 기본적으로 중계하고 블록에 포함할 것”이라며 “이러한 출력의 개수도 제한 없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해당 제한은 원래 `지불 목적 외 데이터 저장은 과하게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이제 실효성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은 체인코드랩스(Chaincode Labs)의 요청으로 비트코인 초창기 개발자인 피터 토드(Peter Todd)가 제작한 것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OP_RETURN은 정식 지출이 불가능한 특별한 종류의 트랜잭션 출력으로, 올해 초 오디널스(Ordinals) 열풍 당시 각광받으며 블록체인 상 데이터 기록 수단으로 활용됐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OP_RETURN 출력이 미사용 출력(UTXO)에 부담을 주지 않아 블록체인 무게를 줄이는데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제한은 사용자들이 위장된 주소 등 우회 방법을 활용하게 만들었고, 일부 마이닝 서비스는 이미 이 제한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는 “대용량 데이터 삽입은 이미 진행 중이며, 제한이 오히려 이를 더 불투명하고 해로운 방식으로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제한을 없애면 UTXO 집합이 더 깔끔해지고 네트워크 전반의 행동 양상이 일관되며, 실제 사용자 행태와의 정렬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코어 커뮤니티는 기존 제한 유지, 제한 완화, 제한 철폐 3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논의했으며, 이 중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제한 철폐 결정을 선택했다. 다만, 의견 일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사 텐31펀드(Ten31 Fund)의 매니징 파트너 마티 벤트(Marty Bent)는 “현재 OP_RETURN 문제에 대해 명확한 컨센서스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절차적 합의 부재를 지적했다. 또 다른 비트코이너인 샘슨 모우(Samson Mow)는 “이번 변경을 원치 않는 사용자들은 29.0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다른 구현체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변화가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가치인 금융 유틸리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제안 과정에서 이해 상충의 가능성이나 사전 조율 없는 추진 등 투명성 부족 문제를 함께 지적했다.
비트코인 개발진의 이번 결정은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면서, 앞으로 네트워크 이용 방식과 합의 과정이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