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내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인 캐럴라인 크렌쇼 위원이 최근 리플(XRP)과의 합의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그녀는 이번 합의가 향후 규제 당국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리플에 불리한 법원 판결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현지시간) SEC와 리플은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공동 합의서를 제출하고, 오는 8월로 예정된 리플에 대한 민사금지명령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총 1억 2,500만 달러(약 1,825억 원)에 달하는 민사벌금 중 7,500만 달러(약 1,095억 원)를 리플에 반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SEC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명서를 통해 공식화됐다.
그러나 크렌쇼 위원은 같은 날 발표한 별도 성명에서 이 합의가 SEC의 암호화폐 업계 규제 역량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녀는 “이번 합의는 규제기관으로서 SEC가 디지털 자산 기업에 법을 집행할 수 있는 힘을 약화시키고, 법원이 내린 정의 실현의 기회를 놓치게 한다”고 주장했다.
리플은 지난 2020년 SEC로부터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제소된 이후 3년 넘게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지난해 법원은 XRP의 기관투자자 판매는 증권에 해당하지만, 일반 투자자 대상 거래는 그렇지 않다고 판결하면서 리플의 부분 승소로 해석됐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이 긴 소송에 종지부를 찍는 절차로 분석된다.
SEC 내부에서조차 제기된 반발처럼, 이번 리플 합의는 암호화폐 업계 규제 체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SEC가 법원 판결 이후 민사제재금 반환이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택한 배경과, 이를 둘러싼 내부 입장 차가 시장과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