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 은행 vs 핀테크, 속도와 안정성 줄다리기

연합뉴스

2025.06.11 (수) 09:42

국내 주요 은행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동 검토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핀테크 중심의 빠른 진입을 허용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안정성과 속도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 은행 vs 핀테크, 속도와 안정성 줄다리기

원화로 된 암호화폐,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국내 금융권과 정치권이 속도전과 안전성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최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공동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규제와 시장 안정성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 은행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를 중심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동 출자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고, 달러 기반의 USDT, USDC처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은행마다 내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여러 은행이 참여하다 보니 세부 협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제 스테이블코인 발행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민병덕 의원이 중심이 된 이 법안은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있는 국내 법인이라면, 금융위 인가를 받아 직접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속도'에 있다. 은행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핀테크 등 비은행권들이 빠르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자본 요건을 낮춘 만큼, 시스템이 미비한 업체들까지 진입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자금 세탁 방지(AML)나 고객 확인(KYC) 같은 금융기초 인프라가 부족한 핀테크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진입할 경우, 해킹이나 유동성 위기 같은 보안 사건이 터질 위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 역시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진출에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안정적인 유통 구조와 충분한 발행 규모가 전제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과연 은행 주도 모델과 핀테크 중심 모델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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