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사 21셰어스(21Shares)가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의 토큰 온도(ONDO)를 추종하는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하면서, 탈중앙화 금융(DeFi)과 전통 금융 간 접점이 본격 확대되고 있다. 실물자산(RWA)을 토큰화하는 시장이 본격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ETF 출시는 제도권 자금의 유입을 노린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현지시간 23일, 21셰어스는 ‘21Shares Ondo Trust’라는 이름의 ETF 상품을 SEC에 제출했다. 이 ETF는 온도(ONDO)의 현물 가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온도 토큰을 직접 보유하는 구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산하 CF 벤치마크에서 제공하는 달러 기준 가격을 참고 가격으로 삼는다. 운용 구조는 레버리지가 없는 패시브 방식이며, 코인베이스(Coinbase)가 수탁을 맡는다. 매매는 현금 또는 현물 교환 방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신탁 구조는 투기적 리스크를 줄이고 기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RWA 열풍을 타고자 하는 제도권 자금을 적극 유치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밈코인이나 고수익 토큰에 대한 투자 트렌드가 점차 퇴색하고, 현실 자산 기반의 구조화 상품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흐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디파이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온도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난센(Nansen)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지난해 12월 ONDO를 25만 달러(약 3억 4,750만 원)어치 매입했으며, 현재 38만 3,000달러(약 5억 3,387만 원) 규모의 ONDO 34만 2,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포트폴리오 2억 800만 달러(약 2,893억 6,000만 원)의 0.2% 수준으로, 대부분은 스테이블코인, 랩트 이더리움(ETH), 비트코인(BTC)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온도 파이낸스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브로커딜러이자 대체거래소(ATS) 운영 기업인 오아시스 프로(Oasis Pro)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증권 토큰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이를 통해 SEC 규제 아래에서 발행, 유통, 관리할 수 있는 토큰 증권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온도의 자체 블록체인 '온도체인(Ondo Chain)'은 장기적으로 월가와 DeFi를 연결하는 실물자산 기반 블록체인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시장조사 기관 RWA.xyz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온체인 실물자산의 토큰화 규모는 58% 증가해 약 250억 달러(약 3조 4,750억 원)로 급증했다. 이 중 이더리움(ETH)은 약 5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자산 구성은 주로 사모 대출 및 미 국채다. 이러한 성장세에 따라 주요 ETF 발행사들도 RWA를 기반으로 한 상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으며, 온도의 ETF 역시 기관 수요를 겨냥한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ETF 신청 직후, ONDO 가격은 약 2.3% 상승해 1.12달러(약 1,557원)를 기록했다. 시총은 약 35억 달러(약 4조 8,650억 원)로, 총 유통량은 31억 개다. 다만, 지난해 12월 고점인 2.14달러(약 2,975원) 대비 약 48% 하락한 상태다. 기술적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저항선은 1.15달러(약 1,599원), 돌파선은 1.26달러(약 1,751원), 목표가는 1.50달러(약 2,085원)다. 반면 하방 위험 구간은 0.98~0.80달러(약 1,362~1,112원)로 분석된다.
코멘트: ETF는 전통 자금의 본격적인 온체인 진입 관문이다. 특히 RWA 영역에서 ONDO처럼 SEC 친화적 구조와 수탁 메커니즘을 갖춘 프로젝트는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21셰어스의 이번 ETF 움직임은 단기 가격 상승 기대 그 이상으로, DeFi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