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테더(USDT)가 P2P 거래 및 신흥국 중심 유통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확대를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한 서클(Circle), 팍소스(Paxos) 등 주요 발행사들의 전략적 전환을 조명하며 스테이블코인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4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테더는 트론(Tron) 네트워크 기반 저렴한 거래 수수료와 유연한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신흥국 시장에서 ‘대체 달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메사리 리서치는 USDT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자본 통제가 심각한 지역에서 직불카드 및 P2P 거래의 기축통화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 루블(RUB), 나이지리아 나이라(NGN) 등 통화 불안 국가에서는 USDT가 공식 환율 대비 높은 프리미엄으로 거래되며, 사실상 외화 대체 수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CEX) 시장에서도 USDT의 네트워크 효과는 명확하다. 바이낸스와 OKX 등 주요 거래소는 USDT 페어를 중심으로 거래 쌍을 구성하며, 신생 코인들은 USDT에 연결해 초기에 유동성과 유입을 확보하는 습관적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비해 USDC는 탈중앙화금융(DeFi) 플랫폼들과의 통합은 활발하지만 접근성과 유동성에서는 테더에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온체인 지갑 분석 업체 어드레서블(Addressable)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및 아프리카 전역에서 USDT 사용자 계정이 USDC를 압도했다. 분석 대상 국가 평균 ‘테더 배수’는 5.4로 나타났고, 서아프리카,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 배수가 가장 높았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테더가 사실상 중요한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상승도 테더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미국의 단기 금리가 5%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테더의 준비금 자산 수익률 역시 급등했다. USDT 유통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동안 테더는 수익 면에서 상위 ETF와 대등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테더는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인접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트론 네트워크는 테더 기반 결제 네트워크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메사리 리서치는 트론이 신흥국 중심의 거래 처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전체 USDT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해당 네트워크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바이낸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송금 보조금 정책, 낮은 수수료, 빠른 전송 속도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서클의 경우, USDC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기업공개(IPO) 이후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월간 조정 거래량이 1조 달러를 초과하고 활성 지갑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결제 인프라 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서클은 ‘서클 페이먼트 네트워크(CPN)’를 통해 단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서 송금 및 결제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지급결제 체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그 외에도 페이팔 USD(PYUSD)를 출시한 팍소스, 공동 배당 모델로 주목받는 글로벌 달러(USDG) 등 다양한 발행사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USDG는 참여 파트너에게 수익의 97%까지 분배하는 구조를 채택하여 테더나 서클과는 상반된 수익 구조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업 고객을 겨냥한 스테이블코인 실사용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메사리 리서치는 결론적으로 테더와 서클의 경쟁이 단순 시가총액을 넘어 유통 인프라, 유저 기반, 수익 모델로 확전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화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전개는 신흥국 금융 포용성 확대와 글로벌 국경 간 송금 비용 절감 등 실질적 경제 변화를 이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