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신원’ 문제 해결의 핵심이 국가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대규모 금융 사기와 데이터 남용이 잇따르면서, 개인이 통제하는 디지털 신원 체계가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최근 발표된 기관 투자자 대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부정 지출과 사기 규모는 약 5조 달러(약 737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규제 실패가 아니라 ‘인프라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디지털 신원’ 구조 전환 요구 확산
현재 금융과 기술 산업 모두 개인 데이터는 중앙화된 시스템에 축적되고, 이용자는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데이터 오남용과 보안 취약성이 반복되고 있다.
트리시아 갤러거 TSIT 대표는 “문제의 본질은 데이터 보호가 아니라 ‘통제권’”이라며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사기와 비효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 데이터 공유는 한 번의 동의로 지속적인 접근이 가능한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는 혁신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 사기 대응 강화…그러나 구조적 한계
미국 정책 환경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 방지 강화를 위해 정부 간 데이터 공유 확대와 감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월 이후 연방 차원의 관련 이니셔티브만 12건 이상 출범했다.
동시에 의회는 금융 데이터 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기존 중앙화 시스템’ 내에서의 개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데이터는 더 많이 공유되지만, 개인의 통제권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대규모 데이터 저장소를 유지하게 만들고, 해킹과 악용의 ‘표적’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는다.
해답은 ‘국가 주도·개인 통제’ 모델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국가가 신뢰를 제공하고, 개인이 통제하는 디지털 신원’ 모델을 제시한다. 정부는 신분증, 출생 기록 등 기존 신원 인증의 기반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인프라 구축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유타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6년 5월 시행 예정인 ‘디지털 신원 권리 장전’을 통해 개인 중심 데이터 통제, 최소 정보 제공, 감시 제한 등의 원칙을 제도화했다.
핵심은 중앙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검증 가능한 ‘프라이버시 보호형 신원 인증’ 구조다.
스테이블코인·디파이 확장과 맞물린 변화
이 같은 흐름은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 확대와도 맞물린다. 이번 주에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홍콩의 첫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승인 등 제도권 움직임이 이어졌다.
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에 암호화폐 사용을 검토하는 등 지정학적 영역에서도 ‘크립토 활용’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편, 에이브(AAVE)는 프로토콜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갈등을 마무리했고, 솔라나는 2억7000만 달러(약 3983억 원) 규모 해킹 이후 보안 체계를 강화했다.
카드형 NFT 시장 급등…토큰 가격도 반응
온체인 시장에서는 ‘크립토 카드 게임(TCG)’ 가챠 시장이 급성장했다. 4월 13일 기준 주간 거래량은 3600만 달러(약 531억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 지수 토큰인 CARDS는 24시간 동안 52% 급등하며 투자 심리 회복을 반영했다.
결국 디지털 신원 문제는 금융, 규제, 블록체인 시장 전반과 연결된 핵심 인프라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의 다음 단계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와 통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