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달러 약세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자산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전환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독립 투자 전략가 린 올든(Lyn Alden)은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약한 달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금과 비트코인(BTC)이 글로벌 통화 질서 재편의 핵심 수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달러 인덱스(DXY)는 2025년 초 이후 11% 하락해 2022년 4월 수준까지 되돌아갔다. 이는 단지 시장 소음이 아니라 장기적인 변화의 전조일 수 있다. 올든은 미국 경제의 과잉 부채 구조와 국제적인 달러 유동성 문제를 지적하며, 달러 중심 체제의 ‘질서 있는 후퇴’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 내외의 달러 표시 부채는 120조 달러(약 17경 5,200조 원)에 달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기초 통화량은 5.8조 달러(약 847조 원)에 불과하다. 그녀는 이 상태를 “20명이 한 개의 의자를 놓고 게임하는 뮤지컬 체어”에 비유하며, 음악이 멈추는 순간 시스템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적자국으로,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수입 초과 구조를 유지하려면 달러 강세가 필수인데, 이로 인해 생산 기반 약화와 사회 양극화가 확대됐다. 이러한 구조적 고통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약에 대한 정치적 기반을 만들었지만, 올든은 관세로는 이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점진적인 달러 약세만이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대안 통화로서의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역대 BTC 가격 흐름을 보면 달러 약세 시기에 강세 전환이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18년 4월과 2022년 3월에는 DXY 반등 시 BTC가 하락했고, 2020년 11월에는 DXY 하락과 함께 BTC 랠리가 시작됐다. 이번 2025년 사이클에서도 두 지표는 대부분 동조했지만, 4월 초 DXY가 100 이하로 내려간 이후부터는 명확한 방향 차이가 발생했다.
현재처럼 DXY가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BTC의 추가 상승 신호가 나타난다면, 이는 단기적인 기술적 움직임을 넘어 달러 체제 전환기에 맞춰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수요 확대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일부 국가와 국부펀드들이 BTC 보유를 확대하는 추세까지 더해지며 디달러화(de-dollarization)의 대안 자산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올든은 "미국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 모두 장기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리며, 향후 금융 환경에서는 금과 함께 공급량이 고정된 중립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