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이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를 대폭 정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클래러티법(CLARITY Act)’으로 불리는 이번 법안은 암호화폐 자산의 정의와 규제 기관의 관할을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오랜 논란이 되어온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2표, 반대 19표로 가결했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번 표결에서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뉴욕)과 클레오 필즈 하원의원(루이지애나) 등 일부 민주당 의원도 찬성표를 던지며 소폭의 초당적 동의를 이끌어 냈다. 법안의 핵심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디지털 상품을 감독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계약에 대한 권한을 유지하는 이원화된 감독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 체계 속에서 일부 토큰은 시간이 지나면서 SEC의 관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브라이언 스타일 하원의원(공화·위스콘신)은 “이 법안은 정당을 넘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만들어졌으며, 미국이 디지털 자산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안에는 CFTC와 SEC가 협력해 공동의 규제체계를 수립하는 내용도 명시돼 있어, 양 기관의 관할 중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코인베이스의 정책 최고책임자인 파야르 시르자드는 이번 주를 ‘암호화폐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 법안이 상원에서도 논의될 경우 연내 주요 규제 정비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오는 금요일까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에서 이 법안의 후속 논의가 이어진다면 산업 전반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듭되는 규제 혼선으로 인해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의 해외 이탈 조짐이 짙어진 상황 속에서, 이번 법안의 추진은 업계의 신뢰 회복과 기업 유치, 제도권 편입을 동반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당장의 실효성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