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시장에 강한 제도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사상 처음으로 2,500억 달러(약 347조 5,000억 원)를 돌파하며, 그 중심에 테더(USDT)와 서클의 USDC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단일 발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장 기조와 함께 수익형 스테이블코인과 신규 발행자들이 빠르게 부상 중이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관 델파이디지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체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2,5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테더와 USDC는 전체의 86%를 차지하며, 여전히 시장의 핵심 축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1억 달러(약 1,390억 원) 이상 유통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10개를 넘어서며 발행사 분산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출시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60억 달러(약 8조 3,400억 원) 가까이 발행된 이디나(Ethena)의 사례는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아울러 현재 1,200억 달러(약 166조 8,000억 원) 이상의 미국 국채가 스테이블코인의 기초자산으로 편입되었으며, 이는 전통금융과의 결합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테라(UST) 붕괴와 2023년 USDC 디페깅 사태로 촉발된 신뢰 위기가 이후 회복세로 전환됐고, 2024년 미국 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범도 외부 자금의 유입을 이끌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지지 여론과 제도화 움직임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이와 맞물려 미 의회는 디지털 금융 주도권 선점을 위한 입법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법(GENIUS Act)'을 68대 30으로 통과시켰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 신속한 법안 처리를 공식 요청했다. 그는 이 법안을 통해 "미국이 디지털 자산 분야의 독보적 리더가 될 것"이라며 거침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법안을 발의한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내 결제 속도와 효율을 개선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해당 규제 근거 마련이 디지털 달러 경쟁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이 USD1이라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수억 달러(수천억 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지적하며 법안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제도화와 혁신 사이에서 새 국면을 맞이하는 가운데, 미국이 어떤 입법적 방향을 택할지에 따라 글로벌 암호화폐 생태계의 중심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