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최근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내부에서는 이례적인 행보가 감지되고 있다. 대규모 보유자의 행태와 소매 투자자들의 냉담한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시장의 미묘한 균열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분석업체 샌티멘트(Santiment)에 따르면 최근 10일간 10 BTC 이상을 보유한 비트코인 ‘엘리트 지갑’ 수가 231개 증가했다. 이는 0.15% 상승한 수치로, 이 기간 동안 소규모 투자자가 보유한 0.001~10 BTC 사이의 지갑은 무려 3만 7,465개 감소했다. 즉, 고래들은 조용히 매집을 늘리는 반면, 소매층은 발을 빼고 있는 셈이다.
글래스노드(Glassnode) 데이터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거래 건수는 감소했지만, 총 정산 금액은 오히려 늘었다. 이는 대형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들이 네트워크 활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더는 자잘한 거래가 아닌 거액 이체가 중심이라는 의미다.
시장 심리 역시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 비관적 투자 심리가 극에 달하며, 낙관적 댓글과 비관적 댓글 비율이 1.03까지 하락했다. 이는 4월 관세 문제로 인한 공포가 극도로 높았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반전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소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비트코인 유통 구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바로 기관으로의 집중이다. 상장지수펀드(ETF)와 기업 재무부, 자산운용사들이 수요의 상당부분을吸수하면서, 새로운 지갑 생성은 정체되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투자사 매트릭스포트(Matrixport)는 이를 “비트코인이 지불수단보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초기 채굴자와 초대형 고래들의 보유분이 이제 막 기관 투자자들에게 이전되고 있는 국면인 만큼, 향후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ETF 수요를 뛰어넘는 시점에서 시장은 급격하게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조용한 장세는 향후 거센 변동성의 전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