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대규모 ‘토큰 언락’(잠금 해제)을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 7일간 약 6,728억 원 규모의 암호자산이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어서 급작스러운 매도 압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크노미스트(Tokenomist) 데이터에 따르면,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4억 8,400만 달러(약 6,728억 원) 상당의 토큰이 주요 프로젝트에서 일괄 또는 연속적으로 잠금 해제된다. 가장 두드러지는 프로젝트는 수이(SUI)로, 전체 공급량의 1.29%인 1억 2,500만 달러(약 1,738억 원) 규모의 토큰이 매도로 전환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서나(ENA)의 2억 1,250만 개 토큰(약 809억 원), 옵티미즘(OP)의 3,100만 개(약 259억 원), 그리고 카미노(KMNO)의 10% 이상 공급분(약 188억 원)이 예고돼 있다. 제타체인(ZETA)은 추가로 4,426만 개 토큰을 공개해 총 유통량을 8억 7,750만 개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일일 단위 언락도 만만치 않다. 솔라나(SOL)는 하루 약 990만 달러(약 1,376억 원), 월드코인(WLD)은 487만 달러(약 677억 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밈코인인 트럼프(TRUMP)는 총 3,100만 달러(약 4,309억 원)를 7일에 걸쳐 나눠 잠금 해제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격 움직임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UI는 대규모 토큰 해제에도 지난 일주일간 11.7% 상승했지만, 여전히 2주 전보다 10.4%, 올해 1월 고점 대비 47.4% 하락한 상태다. 이는 지난 5월 발생한 세투스 프로토콜 해킹으로 인한 2억 2,300만 달러(약 3,099억 원) 피해 여파가 지속되는 탓이다.
반면 이번 주 810만 달러(약 1,126억 원) 규모의 잠금 해제를 앞둔 세이(SEI)는 7일간 48%, 2주간 65% 급등하며 상승세를 견인했지만, 하루 기준으로는 2.6% 하락해 단기 피로감이 엿보인다. SOL도 지난 주 12.1% 상승하며 150달러 선을 유지해 시장 수요가 견고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트럼프 토큰은 흐름이 다르다. 최근 일주일간 1.1% 하락했고, 2주간 11.3%, 한 달 기준으론 16.4% 내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인정하기 직전, 내부자 지갑으로 의심되는 지갑에서 3,200만 달러(약 4,448억 원) 상당의 TRUMP 토큰이 바이낸스로 대거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며 투자자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언락 러시는 단기 수급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선제적으로 악재를 반영한 프로젝트들은 강한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일부 밈코인은 여전히 신뢰 부족과 투기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