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에 대한 기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업의 자산 배분 전략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스탠다드차타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업 재무부서가 보유한 이더리움은 전체 유통량의 약 1%에 불과하지만, 향후 이 수치가 1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제도권 자금 유입과 ETF 수요 급증이 이러한 낙관론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더리움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기업이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무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회사들이 비트코인(BTC)보다 이더리움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킹 보상, 디파이 접근성 등 이더리움이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적 활용성 덕분에 기업의 자산 운용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소소밸류(Sosovalue)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현물 이더리움 ETF 누적 순유입액이 약 94억 달러(약 13조 660억 원)에 달하며, 블랙록($BLK)은 지난 하루 동안에만 1억 3,020만 달러(약 1,810억 원) 어치의 이더리움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들어 ETH가 BTC를 초과 수익률 면에서 앞서기 시작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제프 켄드릭(Geoff Kendrick)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을 선호하는 흐름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 내 비중 전환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뒤에는 스테이킹의 힘도 작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단순 보유 외엔 활용 수단이 제한적인 반면, 이더리움은 스테이킹을 통해 3%가량의 수익률을 제공하며, 디파이 연계 수익까지 가능해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규제 환경이 까다로운 국가에서는 이더리움이 회계상 유연한 처리 수단으로 인식돼 더욱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번스타인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단순한 보유를 넘어 리스테이킹이나 디파이 활용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유동성 지연이나 스마트 계약 관련 리스크를 수반한다. 기업으로서 기존 전통 자산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이더리움 보유 추세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마인, 샤프링크, 비트디지털 등은 7월 한 달에만 총 87만 6,000 ETH 이상을 신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보유 규모를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 이상으로 늘리며 전체 공급량의 약 5%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더리움 가격 전망도 고무적이다. 최근 ETH는 한때 3,900달러(약 5,421만 원)를 돌파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번 달에만 50% 상승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4,000달러(약 5,560만 원)를 목표가로 유지하고 있고,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인 아서 헤이즈(Arthur Hayes)는 1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도달 가능성을 언급했다. 톰 리의 비트마인은 무려 6만 달러(약 8억 3,400만 원)를 목표로 삼고 있다.
크립토 분석가 크리스 버니스키(Chris Burniske)는 “이더리움은 단기간에 ‘가장 싫어하는 코인’에서 ‘가장 선호하는 자산’으로 전환됐다”며, 대세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Crypto Wolf’는 보수적 예측에서도 ETH가 8,000달러(약 1억 1,120만 원)를 넘을 수 있고, 낙관적이면 1만 3,000달러(약 1억 8,070만 원)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고가 갱신 후 20~25% 가량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함께 경고했다.
이더리움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서, 이제는 기업의 전략 포트폴리오 내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TH가 향후 10% 수준의 유통량을 기업이 보유하게 된다면, 이는 곧 시가총액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