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약 26조 4,100억 원(19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순식간에 청산되며, 사상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기술 수출에 대한 100% 관세 부과 발표 직후 발생했다. 최근의 급락을 두고 일부 분석가들은 2020년 3월 팬데믹 당시의 폭락과 유사성을 지적하며, 또 다른 강세장의 서막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하락이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투자 심리에서 비롯된 사이클의 전환점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테드 필로우스(Ted Pillows)는 비트코인(BTC) 차트를 겹쳐보이며 2020년과의 유사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급격한 가격 반전은 대개 저점 매수의 기회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해설가 사이먼 데딕(Simon Dedic) 역시 “모든 사이클엔 두려움이 이성을 압도하는 순간이 온다”고 밝히며, 반응은 비슷하나 배경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이더리움(ETH)은 2020년 당시 며칠 만에 70% 가까이 급락한 후, 바닥 대비 50배 상승했다. 에이다(ADA), 바이낸스코인(BNB) 등 주요 알트코인은 무려 10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데딕은 이번 급락이 유사한 투매의 끝자락이라면, 앞으로 1년 반 동안은 긴 상승장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거시적 환경은 사뭇 다르다. 2020년 팬데믹 당시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과 제로금리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현재는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투기 자산이 이전과 같은 속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다.

비트코인의 현재 위치도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익명의 분석가 크립토암스테르담(CryptoAmsterdam)에 따르면, 2020년 당시 비트코인은 사이클 초기였지만, 현재는 이미 사상 최고가를 넘긴 후기 단계다. 급락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구조 자체가 깨지지 않았으며, 이는 향후 반등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는 대목이다.

오히려 이번 하락이 알트코인 시장에선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알트코인이 최근 주요 지지 구간을 되찾은 뒤 강한 하락을 겪으며, 이른바 마지막 약세장 함정(bear trap)이 형성됐다는 게 크립토암스테르담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는 매수 신호가 아니라며, 명확한 기술적 구조 형성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지표들 역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점유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더리움(ETH)/비트코인(BTC) 페어는 핵심 수준을 회복하며 자금 유입 조짐을 보였다. 이는 시장의 자본이 비트코인에서 소형 고위험 자산으로 이동 중임을 뜻하며, 알트 시즌의 전조로 해석된다.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 남겨진 과제는 기술력에 대한 오랜 신뢰와 인내다. 사이먼 데딕은 “지금이 대형 알트코인이 무너진 시점인지, 아니면 수천억 원 규모 기업의 씨앗이 심어지는 시점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 제재가 야기한 급락 속에서도, 미래의 디지털 경제 중심축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