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맺었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포드 측의 해지 통보로 무산됐다. 계약 규모는 약 9조6천억 원으로,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최근 매출의 약 2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17일 공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이 해지된 구체적 사유에 대해 회사 측은 “최근의 정책 환경 변화와 전기차 수요 전망 수정에 따라 포드가 일부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으며, 이에 따라 공급 계약도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시장 반응 등을 감안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비용 구조와 경쟁 심화로 인해 일부 모델 생산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변경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계약 해지는 단순한 공급 중단을 넘어 배터리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던져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을 무대로 활발히 사업을 확장해 왔으나, 전방 산업의 변동성에 따라 대형 고객과의 계약이 흔들릴 수 있다는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관련 보조금 정책이 산업 초기에는 전기차 투자를 이끌었지만, 최근 금리 인상, 소비 심리 둔화 등이 수요 위축을 불러오면서 재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포드 외에도 일부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관련 투자를 속도 조절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의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흐름은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국내외 배터리 기업 전반에 걸쳐 수요 예측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와 정책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계약 조정이나 공급망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보다 유연한 대응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