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임팩트 투자 시장은 외형상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 흐름 속에서도 초기 생태계의 기반이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을 내는 동시에 사회문제와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투자를 뜻한다.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글로벌 임팩트 인베스팅 네트워크(GIIN)의 2025년 발표를 보면, 임팩트 투자기관의 본사 소재지 기준 동아시아 비중은 5%로 집계됐다. 2022년 2%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다만 이 지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존재감은 크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2026년 4월 기준으로 중국·일본·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약 25조9천800억달러로 세계의 약 20.6%를 차지하는데, 임팩트 투자 조직과 운용자산 비중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투자대상 지역 기준으로 봐도 동아시아에 들어온 임팩트 자금은 2022년 5%, 2025년 4% 수준에 그쳐, 본사 수 증가가 곧 자본 유입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의 체감 경기가 이 지역 평균보다 더 차갑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업 임팩트 투자기관이 10여 년 전 7~8곳에서 최근 5~6곳 안팎으로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체의 펀드 규모가 커져도 실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정부 출자사업을 통해 만들어지고, 이를 운용하는 주체 역시 임팩트 전문기관보다 일반 벤처캐피털(VC)인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숫자상 시장은 유지되거나 확대된 것처럼 보여도, 사회문제를 사업 기회로 해석하고 장기적으로 동행할 투자자는 줄어드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스타트업 투자시장 전반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연간 벤처투자액은 13조6천억원으로 2024년보다 14% 늘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민간 시장조사업체 더브이씨 집계를 보면 같은 해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천155건으로 전년보다 33.2% 줄었고, 평균 투자금은 47.3% 늘었다. 투자금이 시장 곳곳으로 넓게 퍼진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일부 기업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특히 업력 3년 이내 초기기업의 2025년 투자유치 금액은 4천490억원으로 2024년 1조2천186억원보다 63.2% 감소했고, 시리즈A 투자도 40.4% 줄었다. 초기 임팩트 스타트업이 느끼는 자금 사정이 일반적인 투자 위축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기술 경쟁력 부족 때문에 뒤처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주목할 만한 인공지능(AI) 모델 수에서 세계 3위였고, 인구 10만명당 AI 특허는 세계 1위였다. 기술과 창업 인력은 있는데, 이를 임팩트 비즈니스로 키워낼 자본의 성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반면 일본은 GSG 임팩트 재팬 조사 기준으로 2024년 임팩트 운용자산(AUM)이 17조3천억엔으로 전년의 150% 수준까지 커졌다. 기후테크, 돌봄, 교육, 헬스케어, 농식품처럼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일수록 일반 VC보다 더 긴 호흡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한국 시장은 오히려 안전하고 익숙한 분야로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 강해지고 있다.
결국 시장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자금 확대가 아니라 자금 구조의 재설계로 모인다. 회수 기간이 길고 사회성과까지 입증해야 하는 초기 임팩트기업에는 선손실 촉매자본(먼저 위험을 부담해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자본)과 인내자본(장기간 기다릴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공공이 모든 투자를 직접 맡기보다 먼저 위험 일부를 떠안아 민간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그 위에 연기금·재단·기업 자금이 장기 자금으로 들어오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이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외형 성장 속 실질 기반 약화가 계속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